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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한 걸 후회한다면 취소 가능할까?

젊은 패기에 사랑을 맹세하며 그 증표로 혼인 신고서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남자가 있습니다.

실제 결혼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서약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헤어진 두 사람.

몇 년 뒤, 진정한 배우자를 만난 그 남자는 결혼 준비를 위해 서류를 떼어보다 깜짝 놀랍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유부남이 되어 있던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몇 해 전, 장난으로 써준 혼인 신고서가 화근이었습니다. 결국 이 남자는 현 여자친구와의 결혼도 깨져버렸습니다.

결혼한 사실도 없는데, 유부남이 되어버린 남자.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혼인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리는 혼인무효 소송

간단한 혼인절차에 비해 혼인무효 소송은 엄격히 결정됩니다.

혼인무효 소송은 우리 민법 제815조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법이 인정하는 혼인무효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을 때

2.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할 때 (근친 간의 혼인)

3.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 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 관계가 있었을 때

장난으로 써준 혼인신고가 무효임이 인정되는 사유는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가 혼인 무효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무효를 이해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요, 남자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1,2심 재판 결과 재판부는 "혼인 무효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장난이었다고 해도 신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이상 두 사람 사이의 '혼인 합의가 없었다'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법원 역시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이 같은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혼수상태인 남자와의 혼인신고는 무효 인정

가정법원 2018.7.4. 선고 2018 드다 203308 판결 [혼인의 무효]

이 경우 혼인무효 소송은 일방적인 혼인신고로 인해 연금수급권, 상속 재산분할 등에 있어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는 직계비속(자녀)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이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사소송법 제23조에는 혼인무효 소송을 당사자 또는 그 법정 대리인, 4촌 이내의 친족이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법원 2018.7.4. 선고 2018 드다 203308 혼인무효와 관련된 판례를 보면, 피고와 망인은 1987.7.23 혼인신고하였다가 2002.11.18 협의이혼하였습니다. 망인은 2017.4.13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2017.4.16.15:49경부터 혼수상태 또는 반혼수상태에 있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7.4.19 사망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혼인 신고를 한 2017.4.17 경에는 망인이 혼수상태였으므로 혼인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의식 상태이므로 혼인 신고서는 피고가 망인의 협의 없이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혼인 신고는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혼인 무효이고, 망인의 자녀인 원고는 그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기 국제결혼을 당한 경우라면

혼인신고를 했지만, 실제로는 혼인 의사가 없었던 경우라면 혼인무효 소송 대상

최근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국제결혼 및 혼인신고까지 완료했지만 외국인 상대방이 처음부터 한국 국적 취득 또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 국민을 이용해 사기 국제결혼을 하는 예가 존재합니다.

이때 외국 여성 측은 혼인 신고를 했지만, 실제로는 혼인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 무효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 판례 2017 드다 6418를 살펴보면, 2017.1.31. 혼인 신고를 한 후 피고는 2017.4.1.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원고와 잠시 동거하다가 외국인 등록증과 현금을 가지고 2017.5.22경 가출합니다.

가출 이후 지금까지 원고와 연락 두절 상태로 지냈고 이에 원고가 혼인 무효 소송을 냈는데요, 법원은 전후 상황을 고려해보면 피고는 원고와 참다운 부부 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 없이 취업 등의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판단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혼인 의사의 합치가 없다고 보고 혼인 무효 판결을 내렸습니다.

만일 사기 국제결혼이 아니라, 돈을 벌 목적으로 위장결혼에 협조한 경우라면 형사처분 대상이 됩니다.

위장 결혼과 사기 국제결혼의 차이는 국제결혼 당사자인 한국인 또한 결혼할 의사가 없는데 대가를 목적으로 혼인 신고를 해주었을 경우를 말합니다.

혼인 자체가 무효라는 점은 차이가 없지만, 이 경우 위장 결혼에 협조한 인원 또한 형법 제228조 공정증서 원본 등의 불실기재죄, 위조 등 공문서의 행사죄로 처벌 (공소시효기간 7년) 받게 되며, 위장 결혼한 외국 여성 또한 형사 처분 및 강제추방까지 당하게 됩니다.

행정처리 오류에 인한 혼인은 무효

가족 관계 등록 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에게 혼인 의사의 철회를 알렸는데 신고서가 제출된 경우 등 행정처리 오류로 가족관계증명서가 잘못 기재된 경우도 혼인 무효가 가능합니다.

혼인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당사자 간 혼인 합의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

혼인무효 소송은 혼인 자체를 아예 없던 것으로 돌리는 것으로, 서류에 혼인의 흔적이 아예 남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서류상 흔적이 남지 않는 혼인 무효를 혼인 취소나 이혼 같은 절차보다 더 선호하시는데요, 법원은 혼인 무효 인정과 관련해 꽤 엄격하게 결정합니다.

첫 번째 소개한 남자처럼, 장난으로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더라도 법원은 혼인 신고 당시에는 두 사람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혼인 신고 시에는 충분히 양쪽 당사자들 간의 합의하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법원 사법 연계 통계자료에 따르면 혼인 무효, 취소 소송건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900건 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죠. 간단한 혼인 신고 절차만큼 혼인 무효도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혼인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 혼인 합의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충분한 상담을 통해 승소할만한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는 역할이 바로 변호사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한순간의 실수가 있었거나 혹은 억울하게 혼인과 관련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가사법 전문 변호사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사무소 봄온이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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