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SBS 스페셜에서는 "아빠를 고발합니다"라는 부제로 양육비 미지급 실태를 재조명했습니다. 그중 눈길을 끈 사연은 바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버지를 대상으로 아동학대로 고소한 10대 아들의 사연이었는데요,
14세 A 군은 "외제차는 끌고 다니는데 돈 못 번다고 양육비를 못 준다는 게 화가 났다. 그리고 재혼해서 아이를 낳아 양육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라며 고소장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만일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아동학대 고소가 받아들여진다면 이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양육 부모 가정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텐데요, 사실 양육비는 친자관계 본질에서 발생하는 의무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내야 하는 비용입니다.
양육 부모 73% 양육비 한 번도 못 받아
부모라면 양육은 마땅한 의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모라면 아이의 양육은 마땅한 의무임에도 이혼가정의 경우, 양육비 지급 현실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양육비 채권자인 한 부모 2,0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육비 지급자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한 한 부모는 전체의 73.1%에 달했습니다.
또, 양육비를 지급받은 한 부모 중에서도 90명( 4.4%)은 부정기적으로 받았고, 116명(5.7%)은 과거에는 받았지만 최근에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받고 있다고 답한 한 부모는 전체 15.2%에 불과했습니다.
양육비 이행률이 저조한 이유
양육비 미지급 시 효과적인 강제수단 미비
양육 부모 혼자 입증해내야 하는 복잡한 법적 절차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양육비 청구소송을 하게 됩니다. 만일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라면 상대방의 소재를 찾는 일 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혼한 배우자가 장기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면 소재를 찾아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절차도 애먹기 일쑤죠.
또, 상대방에게 양육비 지급의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양육비 규모를 결정할 때 필요한 상대방의 재산상태의 입증도 양육 부모에게 있어 법적 조력 없이 혼자 소송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힘겨운 일입니다.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양육비 미지급한다면
소송에서 이겨도 끝이 아닙니다. 만일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해도 별다른 강제수단이 없어 다시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제집행은 여러 절차로 나뉘는데 우선은 '직접 지급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직접 지급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직접 지급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내지 않는다면, '담보 제공 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이마저도 따르지 않으면 '일시금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일시금 지급명령을 받고도 30일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법원 명령에 따라 최대 30일 구치소에 감치 됩니다.
양육비 청구소송하는 한 부모 극히 적어
문제는 이 같은 법적 조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양육비 청구소송을 하는 한 부모가 매우 적다는 사실입니다. 여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양육비 청구소송을 경험한 사람은 155명, 전체 7.6%에 그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녀 양육을 하다 보면 혼자서 상대방의 소재를 파악하고 재산상태를 확인한 뒤 양육비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2015년 양육비 이행관리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한 부모 가족이 비 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소송 및 추심, 이행점검 등을 돕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송은 부담스럽다'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감치명령 역시 실효성 의문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강제집행이 불응해 법원의 감치명령이 떨어져도 비양육자가 잠적하거나 위장전입 등으로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 등으로 인해 3개월이 넘도록 구인하지 못하면 감치 결정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양육비 안내면 운전면허 정지된다?
내년 6월 10일부터 시행될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내년 6월 10일부터 시행될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지방경찰청장에게 운전면허 정지를 요구하고 정부가 양육비를 긴급 지원하면 양육비 채무자의 신용 정보와 보험정보를 관계 기관에 요청해 소득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양육비 연체를 신고만 하면 최소한의 양육비를 먼저 국가로부터 받고 연체된 양육비와 매월 지급될 양육비를 이행관리원을 통해 받도록 되어 있으며, 미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은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게 징역형 등의 형사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인식 하에 국가가 나서고 있는 것인데요, 우리나라 역시 법적 제도를 보다 강화하고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에 준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앞서 여가부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녀의 양육을 책임지는 한 부모 가정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부모를 대상으로 소송한다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비양육자가 매달 급여를 받는 근로소득자라면 직접 지급명령 신청을 통해 급여를 주는 사업주가 직접 급여에서 양육비를 양육 부모에게 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에 비해서는 훨씬 쉽게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 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조치들은 많으나 복잡한 절차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미리 포기하지 마시고 이혼전문 변호사와 함께 충분한 상담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봄온이 함께 하겠습니다.